안전구역, Comfort Zone에서 벗어나기!
2023.09.03
Intro
어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Comfort zone, 안전구역이라고 번역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Comfort zone이 직장을 포함한 커리어가 될 수도 있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는 몸무게가 될 수도 있고 많은것이 다양하다.
물론 나에게도 이러한 컴포트 존이 있다. 최근에 나도 이런 나의 컴포트 존을 극복하기 위하여 하나의 큰 시도를 하게 되었는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 전날에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그날 저녁에 여자친구의 전화로 듣는 목소리가 아니였으면 돌아버렸을 것이다.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없는 사람을 놀릴려고 쓴 건 아니고, 나의 컴포트 존은 언제부터 존재해왔고, 어떻게 마주했는지 등등의 이야기를 좀 풀어보고자 한다.
나의 컴포트 존?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의 comfort zone은 면접과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계속해서 혼자 일 해왔던 경험이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 커리어를 시작하고 당연히 다른 분야의 개발자들, 그리고 디자이너를 포함한 다양한 사람들과 업무를 했었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건, 안드로이드 개발자들과 같이 일한 경험은 처음 회사에서 말고는 없었다.
그래서 막연히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딱히 그렇게 원하지도 않았다. 회사의 규모도 그렇고 굳이 여러명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뽑을 이유도 없고, 여력도 없으니깐.
내가 일했던곳은 주로 pre-A - A시리즈 단계 회사였다.
그래 나도 계획은 있었지.
사실은 사업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잘 다니던 첫번째 회사를 나와서 한 몇개월 앱 만들고 하다가 말아먹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걸 만들었고, 사람들이 원하는걸 만들지는 않았다.
내가 만들고 싶은걸 만들었더라도, 니즈가 있어야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러고 생각보다 들어가는 비용들이 많더라. 예상못했다 전혀.
그래서 초기 회사들이 어떻게 운영 되는지 알고싶어서, 그렇게 해서 들어갔다.
사실 답은 예전부터 알고있었다. 다만 피했을뿐.
아니, 무슨 초기 회사들이 어떻게 운영 되는지 알고싶어서, 뭐 더 주도적으로 일하고싶어서 작은회사를 선호한다.
정확하게 내가 소규모 회사, 스타트업에 들어갈때마다 생각했던거다. 진짜 개소리다.
사실은 무서웠던거다. 내가 규모가 있는 회사에 들어 갈 수 있는지 없는지 시험도 하지않았다. 원서도 안냈다. 진짜 병신이었다.
어, 나는 비전공자고, 기본기가 부족해, 그래서 기본기를 더 쌓고 좀 더 공부하고 뭐시기 뭐시기 뭐시기 불라불라불라
진짜 개소리였다.
그냥 다 아는데, 내가 지금 수준이 어느 수준인지도 확인도 안해보고, 그냥 안냈다.
진짜 등신쪼다상병신.
후, 쓰다보니 그때의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말도안나온다.
그렇다면 돈을 써서 멘토링이라도 받던가, 돈을 내고 강의를 듣던가. 또 꼴에 돈든다고 집에서 책사서 혼자 공부했다. 어휴 이런
물론 나쁘단건 전혀 아니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걸린다.
체력이 다 빠지니 이제 제대로 마주하기 시작했다.
내가 다닌 마지막 회사에서의 마지막 2달-3달간은 내가 개발자인지, 기획자인지, 프로덕트 오너인지 뭔지 경계조차 없이 일했다. 사실 그때 정체성의 혼란이 왔고, 뭘 해도 바뀌지않는 지표를 보면서 지쳐갔었다.
그리고 이제는 조금 욕심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시점도 이때부터다.
그렇게 지친 상태에서 지금은 여자친구와 첫 소개팅을 했다. 오 PO랜다 직업이. 오,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첫 만남에 어디 회사에서 일하는지는 물어보지않았지만, 분명 내가 다닌 회사보다는 규모가 큰 회사에서 일하는것 같다는 느낌이 확 왔다.
그러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위에서 내가 했던 생각은 아 난 지금 컴포트 존에 있구나
, 라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고 드디어 마주하게 되었다.
아니, 마주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게 더 맞는 표현이다.
내가 겁먹고 쳐다보지 않았던 그 걸
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저 사람도 하는데.. 나도 부딪혀는 봐야겠다.
그래도 겁나
사실 첫 만남때쯤부터 면접을 보고있었고, 우연하게 규모가 좀 되는(시리즈B? C?) 회사들의 면접이 잡혔다.
왜 내가 서류에 통과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공들여서 쓰기는 했는데 그렇게 튀지는 않는 이력서 같은데.
여튼 첫번째 면접은 외국계 헬스케어 회사 안드로이드 면접이었다.
진짜 겁났다. 왜? 한번도 안해봤으니깐, 내가 되리라 생각하지도 않았고, 시도조차 안해봤으니깐.
저번주 금요일날 면접을 봤는데, 진짜 전날 목요일날 죽을것같았다. 엄청난 압박감, 면접관은 뭔가 내가 말하는거에 표정변화 하나 없이 무표정으로 일관할거같고.. 온갖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염라대왕님 볼 뻔했다.
근데 난 안다. 이 똑같은 느낌을 중학교때도 받은적이 있다는 것을. 이제는 더 이상 피하지말자. 여기서 피하면 진짜 답도 없다.
정 안되면 면접 전에 담배라도 한대 피우고 가자. 정말 매너없는 행동이지만, 어쩔수없다.. 난 이걸 뚫어내야한다.
그래서 면접전날 사람들한테 내 상황을 알렸다. 그랬더니 쫄지말란다. 당신 내가 겪어본 개발자들중에서 제일 재밌고, 잘한다. 그리고 당신의 경험을 믿어라 등등 너무 따뜻한 조언들을 해주었다.
그래, 면접부터 보자, 합격은 생각도 하지말고, 면접부터. 그러면 내가 어디가 부족한지 알수있자나. 그래도 너 신진호 일하면서 놀지는 않았자나. 너의 경험을 믿고 한번 해보자.
결과
결론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면접의 흐름을 내가 이끌수있다면 좋았겠지만, 그러지는 못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거 해볼만한데? 라는 생각은 많이 들었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아는 선에서만 대답하자. 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역시 상상은 위험했다. 생각보다 면접관분도 친절했고 인자하셨다. 그리고 모른다고 말한부분에 대해서는 알려주시기도 하였다.
병신, 32살에 이걸 알았다. 어휴 진짜. 아 아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지금이라도 알고 마주해서 다행이다.
다음주 월요일, 내일 또 면접이있다. 사실 아직도 긴장된다. 그래서 준비를 한다고 하지만 머리속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다 튕겨낸다.
하지만 난 또 부딪힐거다.
면접만 봐도 좋다. 거기서부터 차근차근히 시작하자. 한번에 극복 못 할 수 있지. 좌절하지말고, 꾸준히 두드려보자
가 요즘 내가 자주하는 생각이다.
혹시나 저와 같은 분들이 있다면
사실 자기가 컴포트 존에 있는지 아닌지는 살면서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것같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컴포트 존에 있다는걸 느낌상으로 가장 잘 아는것 또한 자기자신인듯합니다.
느낌상으로는 알지만 애써 무시하고 피하시지는 않으셨는지요.
저처럼 애써 무시했던 부분들이 결국은 마주했을때 너무 겁나거나 무서워서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피하셨을수도있습니다.
굳이 마주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마주하지 않는다면 그 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저처럼.
근데 그래고 결국 그 놈을 계속 피할수는 없는것 같습니다. 피하고 피하다가 정말 마지막에 마주했을때는 어쩌면 정말 늦었을지도 모릅니다.
저처럼 마주하기가 너무 무섭다면, 조금씩 조금씩 쪼개서 부딪혀보시는건 어떠실까요?
이상 찌질한 인간의 고백이었습니다.